한국인이라 그런가? 날이 차가워진 이맘때는 국이나 탕이 당긴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육, 특히 수육탕이 입맛을 자극한다. 사실 수육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잡내가 나지 않게 여러 재료를 넣고 잘 삶아내면 90%는 해낸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수육탕은 다르다. 탕은 '국'의 높임말로 곰탕, 설렁탕, 갈비탕 등 조리할 때 사용한 재료를 먹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또 국과 달리 상에 올린 뒤에 소금, 파 등의 부수적인 양념이 가미될 수 있는 게 탕의 특징이다.
그래서 삶아 내어 물기를 뺀 수육보다 더 정성이 들어가는 게 수육탕이다. 사실 탕 종류는 정성이 90%로 조리 시간 및 재료 등이 많이 들어간다. 솔직히 수육은 직접 만들어봤으나 수육탕은 집에서 안 만들어봤다. 엄두가 안 나 결국 반조리 식품을 사 먹게 된다. 그 이유가 다 시간을 들여 만들어야 하기에, 바쁜 삶이 이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한편 수육은 쉽게 만들 수 있다. 관건은 역시 잡내 잡기.
수육은 일단 고기를 찬물에 반나절 이상 담가 두어 핏물을 제거하고, 삶아낼 때는 양파, 파, 통후추, 마늘, 생강, 월계수 잎 등을 넣는데, 여기에 청주나 소주 등을 함께 넣어 혹시 모를 미세한 잡내까지 잡도록 한다.
수육의 역사
수육에 대한 문헌자료는 19세기 말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조리서 <시의전서>와 <음식방문>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당시에 이미 반상차림에서 빈번히 등장하였던 음식으로 추정된다. <시의전서>에는 고기의 여러 부위를 눌러 만든 편육의 조리법 또한 포괄하고 있는데, 편육은 수육을 얇게 썬 것, 혹은 수육이나 푹 삶은 고기의 부산물을 베보자기에 눌러 만든 뒤 모양을 자아 얇게 썰어낸 요리를 뜻하기도 한다. 고기를 압착하여 만든 음식이라 일반적인 수육에 비해 고기의 형태가 단단하며 질감이 쫀득한 것이 특징이다.
수육의 종류
돼지고기 수육과 소고기 수육으로 나뉜다. 돼지고기 수육은 소고기 수육에 비해 고기 자체에 함유된 지방 비율이 높아 삶았을 때 쫄깃한 맛이 있으며, 소고기 수육은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주를 이룬다. 이밖에도 부위에 따라 소머리 수육, 양지머리 수육, 꼬리 수육, 우족 수육, 돼지머리 수육 등으로 부위별 수육이 있다. 제주도 같은 경우 지역 특산물인 흑돼지고기 수육을 도마 위에 올린 채로 잘라먹는 돔베고기가 유명하다. 돔베는 제주도 방언으로 도마를 의미한다.
탕은 반조리식품을 사서 먹는데, 그동안 여러 시중 제품 중 이번엔 꼬리 부위의 수육탕을 사서 파 송송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봤다. 맛은 여태 먹은 수육탕 보다 훨씬 진하고 담백했다. 한 팩에 800g이 들어있다고 하나, 결국 뼈 무게가 상당하다. 그건 감안하고 사 먹어야 한다. 탕 안에 기본적으로 채 썬 파가 있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부족하여 파 반 대 정도 더 썰어 파향의 맛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여름철엔 날이 더우니 굳이 탕이나 국이 필요 없다. 당연히 몸에서 원치 않는다. 하지만 겨울철은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기운이 나기에 수육탕, 갈비탕, 곰탕을 찾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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