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초음파 검사를 마친 동생이 몹시 두렵다며 대뜸 전화를 걸어왔다. 심각한 목소리에 덩달아 나도 심각해졌다. 전화상으로 다독였으나 상대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의사가 뭐래?
간에 혹이 여러 개 보인다고 급히 CT예약해야 한대.
그래서 했어?
응.
언제 CT 검사하는데?
3일 후.
아....
달리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나 역시 당황한 채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차피 CT 검사를 해야 알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검사 당일 때까지는 일부러 병원 생각은 그만하라고 했다.
간 초음파 검사날도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단다. 영상 담당 교수가 십 분을 넘게 초음파 검사를 했다고 한다. '숨 참으로 배 불뚝~ 숨 내쉬며 그대로 숨 참으세요~' 그 소리가 맴돌 만큼 간 초음파 검사날은 숨 참느라 고생 꽤나 했다고 한다.
결국 전화상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아 만났다. 동생은 무엇보다 작년 검사 때보다 더 지체된 시간도 그렇지만 간에 여러 개의 혹이 있다며 CT 검사를 해야 한다는 진단에 얼굴엔 갖은 근심을 다 심어놓고 있었다.
어차피 CT 검사를 해도 결과까지 또 며칠이 지나야 하니 그냥 잠시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열중하라는 사소한 충고를 던졌다. 하지만 동생은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당시 그 기분과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커피 한 모금에 먼 산 한 번 바라보며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약간 숨이 막혔다. 동생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는 쉬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헤어지는 그 시각에 비까지 구슬프게 내렸다. 둘 다 우산 없이 나온 터라 당황스러웠으나 커피숍 바로 옆에 올리브영 매장이 있어 비닐우산을 구입하게 됐다. 이렇게 우산은 또 쌓이는구나....
집에 돌아온 나는 동생이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다. 괜스레 잘 들어갔냐는 말과 함께. 동생은 다행히 좀 전보다는 기분이 나아졌다는 말을 전한다. 물론 눈 떠 있는 시간이 괴롭다며 곧 한숨 잘 계획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며 얼른 눈 좀 붙이라는 말로 통화종료를 알렸다.
우울이란 감정도 전염되듯 통화를 마친 나는 어느새 동생처럼 울적해져 있었다. 그 기분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나 역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앞두고 있다. 이게 간 초음파 검사와 동일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복부라 함은 간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도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병원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다. 그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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